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은 '불황기엔 중앙은행이 아무리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도 기업 투자와 개인 소비가 증가하지 않아 통화 유통속도가 떨어지고 경제성장에도 기여하지 못한다'는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1883.6.5∼1946.4.21)의 경제이론이다.
이 이론은 1930년 대공황 당시 미국 경제에서 나타난 현상을 케인즈(Keynes)가 묘사한 데서 유래했다. 당시 케인즈(Keynes)는 고전학파와 달리 통화 유통속도가 일정하지 않다고 간파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그의 저서 "고용과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 1935"에서 고전학파 `세이의 법칙(Say's Law)`도 부정했다. 세이의 법칙(Say's Law)은 세이(Jean-Baptiste Say)의 '판로 법칙'으로 불려지기도 하는데, 기본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생산물을 판매하여 지불을 받으려면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획득할 만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이 자금력은 그 사람들의 생산물에 의해서 얻어진다. 따라서 생산물은 생산물을 가지고 지불되는 것이고, 생산물에 대해서 판로를 여는 것은 생산이다. 물론 생산물이 직접 서로 교환되는 것은 아니며, 생산물을 직접 구매하는 것은 화폐이지만 그 화폐는 생산물의 판매에 의해서 얻어지는 것이다. 더우기 생산자가 자기의 생산물과 교환하여 획득하려고 하는 것은 결국 화폐가 아니고 다른 생산물인 것이다. 화폐는 단지 교환의 매개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생산물의 판매가 곤란한 이유를 판로부족과 화폐부족에서 구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는 다만 수요가 공급을 결정짓는다고 봤다.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갇히거나 경제 전망이 비관적일 때는 금리 탄력도가 떨어져 금리를 0%까지 낮춰도 기업은 투자를 미루고 개인은 소비를 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공급이 아니라 수요가 된다.
이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내국민 수요든, 외국 수요든 자국 재화에 대한 수요 창출이 필요하다. 그런데 장래가 불확실하거나 가계들이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면 정부가 나서서 유효수요를 늘리기는 어렵다. 최근 일각에서 실질금리가 낮은 데다 경제성장률도 둔화되고 자금의 단기 부동화 조짐이 보임에 따라 우리나라도 유동성 함정에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견해가 제기되기도 했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단기 수익상품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이 경우 금융자금이 실물경제와 상관없이 증권이나 부동산 등을 옮겨다니면서 자산가치 과열과 혼란을 부추길 소지가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저축이 줄고 투자가 늘어나는 게 일반 경제 상식이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 속에서 지구촌 곳곳에서는 오히려 저축률이 올라가고 투자율은 감소하는 '저금리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늘리면 돈을 빌리기가 쉬워져 기업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고 가계 소비는 확대된다.
그러나 이자율이 지나치게 낮은 한계수준에 이르면 가계는 가까운 장래에 이자율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해 장기 채권 대신 현금 내지 단기 금융상품만을 보유하고 기업은 경기 하락을 염려해 투자를 미루게 된다. 이 국면에서는 정부가 아무리 통화 공급을 늘려도 경기 부양은 이루어지지 않고 투자자들은 여유자금을 단기 금융상품에만 투자하는 행태를 보인다.
본래 유동성(Liquidity)은 경제 주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 즉 은행 창구를 통해 상환받거나 매각을 통해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자산을 말한다. 현금화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동성이란 이름이 붙었다. 유동성은 보통 ‘돈의 총량’에 ‘돈의 회전율’을 곱해 계산한다. 이들 자산은 예금, 적금, 채권 등으로 구성된다.
한국은행은 화폐를 발행해 경제에 현금을 직접 공급하며, 이렇게 공급된 현금은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에게 이어진다. 그리고 기업은 무역흑자를 통해 해외에서 자금을 유입시키고 외국인 투자자는 직ㆍ간접 투자를 통해 자금을 국내에 공급한다. 그중에서 시중 금융회사가 유동성 창출 능력에 있어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그래서 유동성을 볼 때는 돈의 양(중앙은행의 본원통화 공급)과 회전율(금융경색의 정도), 그리고 돈의 가치(금리)가 국제적으로 어떤 환경에서 작동하는지 눈여겨 봐야 한다. 금융회사들은 한국은행이 발행한 화폐나 외부 유입 자금을 발판으로 개인과 기업에 대한 대출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크게 키울 수 있다.
유동성이 많다는 것은 경제 주체에 돈이 많다는 뜻이고,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지 여부를 떠나 그만큼 투자 여력이 커졌다는 뜻도 된다. 경제 주체들은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을 발판으로 각종 경제활동을 영위한다. 개인은 소비를 하거나 부동산 주식 등에 자금을 투입하고, 기업은 투자를 실시한다.
좋은 방향으로 전개되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 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다. 하지만 경제는 꼭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생산물이 한정된 상황에서 시중 유동성이 지나치게 늘면 물가가 올라간다. 유동성과 비교한 생산물의 상대적인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시중 유동성이 적절히 배분되지 않고 한 곳에 집중되면 특정 부문 가격을 지나치게 앙등시킬 수 있다.
유동성이 늘어남에 따라 경기가 나아지고 각종 자산가치 가격이 건전하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물가 상승 속도를 키우고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을 필요 이상으로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유동성 랠리(liquidity Rally)라는 말이 등장했다.
이 표현은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요인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돈의 힘만으로 시장이 단기 급반등할 때 주로 사용되는 용어이다. 랠리(Rally)는 오지에서 펼쳐지는 장거리 자동차 경주를 뜻한다.
어원은 고대 프랑스어 「realier」에서 유래되었다. “다시 모이다” 또는 “한몫 안겨주다”의 뜻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랠리(Rally)”는 경기나 주가가 반등하거나 상승곡선을 그릴 때 흔히 사용되기도 한다. 이는 단기 상승 이후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음을 내포한다.
[참고1] 장 밥티스트 세이(Jean-Baptiste Say, 1767. 1 ~ 1832. 11)는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실업가이다. 그는 자유주의적 관점을 정식화하였으며, 경쟁, 자유 무역, 그리고 경제적 규제 철폐를 주장했다.
그는 1767년 1월 5일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낭트 칙령 폐지의 여파로 프랑스에서 제네바로 건너간 프로테스탄트였다. 이러한 그는 영국으로 보내져 크로이돈의 한 상인의 집에서 머물며 실업가로서의 경력을 쌓게 된다.
이후 프랑스로 돌아와 에티엔느 클라비에(Etienne Claviere)가 운영하는 생명 보험사에서 일했다. 1793년에는 혁명 프랑스 정부의 재정 장관이 된 에티엔느 클라비에의 비서로 일하면서 전직 변호사의 딸인 데로케(Miss Deloche)와 결혼했다.
그리고 1794년부터 1800년까지는 "La Decade philosophique, litteraire, et politique"(철학, 학문, 정치의 시대)라는 잡지의 편집장이 된다. 거기에서 세이(Say)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 1723.6.5~1790.7.17)의 이론을 해석하게 된다. 이를 통해 평론가로서의 명성을 쌓은 세이(Say)는 1799년에 나폴레옹(Napoleon I, Napoleon Bonaparte, 1769 ~ 1821)정부에 참여하게 된다.
1803년에는 자신의 중심 저작인 "Traité d'économie politique ou simple exposition de la manière dont se forment, se distribuent et se composent les richesses, 1803"를 발표한다. 그러나 1804년, 나폴레옹 정부에 있기를 부담스러워한 세이(Say)는 결국 정부를 떠나고, 다시 실업가로 돌아왔다.
그는 오쉬(Auchy)에서 500명(대부분이 여자와 아이들)이 일하는 방적 공장을 소유했으며, 1831년에는 꼴라쥬 드 프랑스(College de France)의 정치경제학 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참고2] 유동성 비율(Ratio Referring to Liquidity)이란 유동성 측정을 위한 지표로, 기업경영 분석에서 유동성이라 함은 단기채무에 대한 지급능력을 말하며, 유동성 분석이란 이러한 지급능력을 측정하기 위하여 대차대조표상의 유동성에 관계되는 각 항목간의 관계비율을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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