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1236년경 이스라엘의 사사(士師) 에훗(Ehud)이 죽자 이스라엘은 또 여호와의 목전에서 악을 행하였다. "에훗의 죽은 후에 이스라엘 자손이 또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매."(사사기 4:1)
이에 여호와께서는 이스라엘을 하솔(Hazor)을 다스리고 있는 가나안 왕 야빈(Jabin)에게 넘기셨다. "여호와께서 하솔에 도읍한 가나안 왕 야빈의 손에 그들을 파셨는데 그 군대 장관은 이방 하로셋에 거하는 시스라요."(사사기 4:2)
그 결과 이스라엘은 20년동안 야빈(Jabin) 왕으로부터 혹독한 학대(cruelly oppressed)를 받아야만 했다. "야빈왕은 철병거 구백승이 있어서 이십년 동안 이스라엘 자손을 심히 학대한고로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라."(사사기 4:3)
당시 하솔(Hazor)은 가나안 도시국가들 중 수장(首長)격으로 최신식 무기(철병거 900승)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그의 군대는 이스라엘의 곡창 이즈르엘 평원과 이 평원을 통과하는 국제도로를 장악했다.
이 때 등장한 이스라엘의 사사(士師)가 여장부 드보라(Deborah)다. "그 때에 랍비돗의 아내 여선지 드보라가 이스라엘의 사사가 되었는데."(사사기 4:4)
드보라[Deborah : '꿀벌' 또는 '말씀(Dabar)을 선포하는 여인'이라는 뜻]는 '랍비돗'(Lappidoth)의 아내로서 B.C.1216년부터 1176년까지 약 40년간 이스라엘의 국정을 담당했던 여(女) 사사(Judge :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백성들을 구원하고 보호하며 훈계하고 다스리던 이스라엘의 정치적, 종교적, 군사적 지도자)였다.
"여호와여 주의 대적은 다 이와 같이 망하게 하시고 주를 사랑하는 자는 해가 힘있게 돋음 같게 하시옵소서 하니라 그 땅이 사십년 동안 태평하였더라."(사사기 5:31)
이스라엘의 사사시대(士師時代, B.C. 1374~1050)는 가나안 정복의 영웅 여호수아(Joshua, B.C.1491-1381)가 죽은 후부터 B.C.1050년경 이스라엘 초대왕 사울(Saul, B.C.1090 ~1010)이 등극하기 이전까지 324년간의 시대로 드보라는 옷니엘(B.C. 1374~1334), 에훗(B.C. 1316~1236), 삼갈(B.C.1235-1226)에 이어 네 번 째 사사가 되는 셈이다.
이스라엘의 사사시대(士師時代)는 신정 통치 시대로서 모든 지도자는 하나님께서 직접 선택 하셨다.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으매 여호와께서 그들을 위하여 한 구원자를 세워 구원하게 하시니 그는 곧 갈렙의 아우 그나스의 아들 옷니엘이라."(사사기 3장 9절)
이러한 시대에 한 가정의 주부요 자녀들의 어머니였던 여자의 몸으로 사사가 된 드보라(Deborah)는 특히 여자들이 대접받지 못하고 발언권이나 위상이 높지 못했던 구약 시대를 대변하는 통치자가 됨으로서, 하나님은 성을 차별하지 않으신다는 분명한 의지를 우리에게 보여주신 사례라 하겠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인자로 여성을 택했다는 사실은 단순히 성차별이 없었다는 것에 한하지 않고 개인이 능력만 갖추고 하나님께 신임 받는 사람만 되면 하나님은 그 사람을 들어 쓰시고 그를 통해 영광을 거두신다는 사실을 우리호 하여금 또 다른 도전을 예비케 하신다.
드보라(Deborah)가 사사로 활동하던 시기는 이스라엘 역사 가운데 어두운 구름이 짙게 드리웠던 암흑기로, 시내산에서 야훼와의 언약 가운데 탄생된 신정국가 곧 12지파 동맹(Tribal Confederation)이 와해될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거기에 하솔(Hazor)의 야빈(Jabin) 왕은 이스라엘을 이어주는 지파 동맹의 허리를 끊어놓으려는 작전을 진행 중이었고, 하솔의 군대장관 시스라(Sisera)는 이스라엘 처녀들을 납치하고 폭행하는 일을 자행하였다.
"그들이 어찌 노략물을 얻지 못하였으랴 그것을 나누지 못하였으랴 사람마다 한두 처녀를 얻었으리로다 시스라는 채색 옷을 노략하였으리니 그것은 수 놓은 채색 옷이리로다 곧 양쪽에 수 놓은 채색 옷이리니 노략한 자의 목에 꾸미리로다 하였으리라."(사사기 5:30)
이에 전법에도 노련한 이스라엘 군대 장관 드보라(Deborah)는 B.C.1216년경 1만명의 군대를 이끌고 바락(Barak)과 함께 전쟁에 나가 기손 강(남 사마리아의 언덕에서 발원하여 에스드렐론 평야로 흘러 들어가는 강)에서 가나안 군대를 섬멸시켰다.
이 때에 하솔의 군대장관 시스라(Sisera)가 야엘(Jael)의 집에 피신하였다가 살쩍이 말뚝에 박혀 죽게 된 사건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야엘(Jael : '山 염소'라는 뜻)은 모세(Moses, B.C. 1527~1406)의 장인 '호밥'의 자손 겐 사람('철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모세 때부터 이스라엘과 친교를 맺어 왔음) 헤벨(Heber)의 아내이다.
"그가 곤비하여 깊이 잠든지라 헤벨의 아내 야엘이 장막 말뚝을 취하고 손에 방망이를 들고 그에게로 가만히 가서 말뚝을 그 살쩍에 박으매 말뚝이 꿰뚫고 땅에 박히니 시스라가 기절하여 죽으니라."(사사기 4장 21절)
전쟁의 승패는 하나님께 있다. 그러나 전쟁을 이끄는 일은 사람의 몫이었다. 전투력(戰鬪力)을 구비하는 일이나 군대를 통솔하는 일, 장교들을 지휘하는 문제는 다 드보라의 일이었다. 그 위에 전술이 필요했고 전략도 필요했다. 하나님은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시다. 이는 영감에 차등이 없다는 말씀이다.
하나님의 영감(靈感)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역사하신다. 그러나 그 영감을 수용하는 깊이는 각양각색이다. 드보라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선택되고 자기 사명을 감당하는 데 하나님의 영감을 고스란히 받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드보라와 같이 유능한 통치자도 되고, 선지자의 사역도 잘 감당할 수 있으며 전쟁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다양한 은사(恩賜)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장래를 위해 자신이 노력하는 것보다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며 하나님의 인도를 받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 방법이다. 사사기 5장에 나오는 드보라의 시(詩)는 히브리인의 명시가 되었다. 이는 전쟁의 승리가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고백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노래이다.
"이 날에 드보라와 아비노암의 아들 바락이 노래하여 이르되 이스라엘의 영솔자들이 영솔하였고 백성이 즐거이 헌신하였으니 여호와를 찬송하라 너희 왕들아 들으라 통치자들아 귀를 기울이라 나 곧 내가 여호와를 노래할 것이요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 여호와여 주께서 세일에서부터 나오시고 에돔 들에서부터 진행하실 때에 땅이 진동하고 하늘이 물을 내리고 구름도 물을 내렸나이다."(사사기 5:1-4)
여기서 드보라(Deborah)는 '전쟁을 도우려고 내려오신 하나님”이라고 소개하였고 “하나님이 주의 대적을 멸망시켰으며 내가 힘있는 자를 밟았고 이스라엘의 어미가 되었다”고 노래하고 있다. 이처럼 드보라(Deborah)는 훌륭한 시인(詩人)인 동시에 정치를 할 때에는 냉정하고 공의로웠으며 재판을 할 때에는 공정한 사사였고 전쟁을 통솔할 때에는 단호하고 엄격한 장군이었다.
"깰지어다 깰지어다 드보라여 깰지어다 깰지어다 너는 노래할지어다 일어날지어다 바락이여 아비노암의 아들이여 네가 사로잡은 자를 끌고 갈지어다 그 때에 남은 귀인과 백성이 내려왔고 여호와께서 나를 위하여 용사를 치시려고 내려오셨도다 에브라임에게서 나온 자들은 아말렉에 뿌리 박힌 자들이요 베냐민은 백성들 중에서 너를 따르는 자들이요 마길에게서는 명령하는 자들이 내려왔고 스불론에게서는 대장군의 지팡이를 잡은 자들이 내려왔도다."(사사기 5:12-14)
한편, 바락(Barak : '번개'의 뜻)은 납달리 지파 아비노암의 아들이다. 그는 사사 드보라와 이스라엘의 사사가 되어 가나안을 격멸시켰다. "이와 같이 이 날에 하나님이 가나안 왕 야빈을 이스라엘 자손 앞에 패하게 하신지라 이스라엘 자손의 손이 가나안 왕 야빈을 점점 더 이기어서 마침내 가나안 왕 야빈을 진멸하였더라."(사사기 4: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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