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昨今)의 국내외 정세가 만만치 않다.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통령, 국무총리 등을 비롯한 다수의 국무위원들이 줄줄이 탄핵되는, 마치 드라마 같은 정국이 펼쳐지면서 국내 경제의 환경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때문에 시장 경제는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다. 2024년 12월 대통령 탄핵정국을 맞이하면서 원 달러 환율은 급등해 벌써 1500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래서 국내 경제환경은 지난 193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소설 '분노(憤怒)의 포도(葡萄)'의 배경을 보고 있는 듯 하다.
'분노(憤怒)의 포도(葡萄)[The Grapes Of Wrath]'는 존 언스트 스타인벡(John Ernst Steinbeck, 1902~1968)이 1939년에 출판하여 이듬해인 1940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한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1930년대의 텍사스로부터 캐나다 국경에 이르는 대평원으로 대사풍(大砂風)에 의한 피해와 대자본에 의한 농업 기계화로 경작지를 잃은 오클라호마의 농민 조드 일가가 낡은 자동차에 가재도구를 싣고 캘리포니아의 비옥한 토지를 찾아 이주하면서 시작된다.
제1차세계 대전(第一次世界大戰, 1914.7.28~1918.11.11)이 끝난 후 미국은 1929년까지 전례 없는 경제적 발전을 거듭하며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 이 때 미국 중산층은 주식·채권은 물론 석유와 석탄 등 상품에도 앞다퉈 투자했다. 주머니에 현금이 없더라도 할부로 사고, 빚을 내 주식에 투자했다.
그러나 1929년 10월 증권 시장이 붕괴되면서 시작된 경제 공황으로 이런 희망의 분위기는 절망의 분위기로 바뀌게 되었다. 1929년 10월 23일(수) 다우지수는 급격히 하락한 후 다음날 완전히 자유낙하 상태로 돌입해 ‘검은 목요일(black thursday)’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1929년 11월 초까지 미국 증시는 두 달 만에 시가총액의 50%를 잃어버리는 반토막 사태가 나고 수많은 미국인이 재산의 대부분을 잃었다.
그후 3년 동안 주가는 90%가 떨어졌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금리를 올려 돈줄을 죄고,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며 수입관세를 크게 올렸다. 또 금융부문에서 시작된 위기는 실물로 옮겨 붙으며 세계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길고도 참혹한 불황의 시기를 맞았다.
거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미국에서는 중서부와 남서부를 강타한 거대한 흙모래 폭풍이 거대한 평야 지대를 황무지로 바꾸어 놓았다. 때문에 많은 소농들은 자본가에게 재산을 저당잡혀 소작농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분노는 무르익은 포도송이처럼 커졌다.
바로 이러한 때에 맞춰 스타인벡(Steinbeck)은 노동자들과 같이 일한 경험을 소재로 한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를 발표하였다. 이 작품을 통해 스타인벡(Steinbeck)은 토지 소유주인 은행에 의해 농장을 빼앗긴 조드 일가를 등장시켜, 지주, 은행, 경찰의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고발하였다.
특히 농장노동자의 비참한 생활은 B.C.1446~1406년경에 모세(Moses, B.C.1527~1406)가 작성한 "구속 계시의 책"인 '출애굽기(Exodus : 탈출)'에서 인용되었다.
"감독들을 그들 위에 세우고 그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워 괴롭게 하여 그들로 바로를 위하여 국고성 비돔과 라암셋을 건축하게 하니라 그러나 학대를 받을수록 더욱 번식하고 창성하니 애굽 사람이 이스라엘 자손을 인하여 근심하여 이스라엘 자손의 역사를 엄하게 하여 고역으로 그들의 생활을 괴롭게 하니 곧 흙 이기기와 벽돌 굽기와 농사의 여러가지 일이라 그 시키는 역사가 다 엄하였더라."(출애굽기 1:11~14)
이 작품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예나 지금이나 '경제의 흐름에 적절히 대처하고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위기는 기회'라는 전제하에 부동산을 사들이고,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다 그들에게는 어느 날 갑자기 닥치게 될 경제위험에 아랑곳 하지 않는 눈치다.
이는 아직도 몇몇을 제외하고는 많은 이들이 작금의 경제상황을 통제가능 변수로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그들은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러서야 그들의 투자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이야말로 자산관리의 혜안이 필요한 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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