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親舊, friends)는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을 뜻한다. 때문에 친구는 고통(苦痛) 중(中)에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必要)로 할 때 그와 함께 있어 줄 수 있어야 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어야 하며, 예(禮)를 갖추어 인격(人格)으로 대하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참된 벗이 없다는 것은 참혹(慘酷)한 고독(孤獨) 그 자체이다. 구약 성경에 따르면 다윗(David, B.C. 1040-970)과 요나단(Jonathan)은 후세에 변치 않는 고상한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로 기록되고 있다.
"요나단이 다윗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우리 두 사람이 여호와의 이름으로 맹세하여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영원히 나와 너 사이에 계시고 내 자손과 네 자손 사이에 계시리라 하였느니라 다윗은 일어나 떠나고 요나단은 성으로 들어오니라."(사무엘상 20:42)
하나님은 선민 이스라엘을 '나의 벗'이라고 부르셨다. 그 뿐 아니라 신약 성경에서도 주님께서는 우리를 그 분의 친구로 삼으셨음을 기록하고 있다. 주님은 진실로 우리로 하여금 그 분과 더 친밀한 관계를 갖길 원하셨다.
"그러나 나의 종 너 이스라엘아 나의 택한 야곱아 나의 벗 아브라함의 자손아."(이사야 41:8) "이에 성경에 이른 바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으니 이것을 의로 여기셨다는 말씀이 이루어졌고 그는 하나님의 벗이라 칭함을 받았나니."(야고보서 2:23)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배우는 '제자의 단계'에서 증인이 되는 '사도의 단계'로 높여주시는 학습과정을 통해 '종과 친구'의 비유를 들어 '종은 억지로 일하지만, 친구는 스스로 자원하는 마음으로 일한다'고 설명 하셨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나니 너희가 나의 명하는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 이제부터는 너희를 종이라 하지 아니하리니 종은 주인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라 너희를 친구라 하였노니 내가내 아버지께 들은 것을 다 너희에게 알게 하였음이니라."(요한복음 15:13-15)
그리고 종은 주인의 하는 일을 다 알지 못하며, 일 할 때에도 오로지 품삯을 바라고 일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지만 친구 사이에는 비밀이 없으며 일 할 때에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씀 하셨다. 이처럼 주님은 우리를 친구로 삼으셨다. 그래서 우리를 위해 목숨을 버리심으로 가장 큰 사랑을 나타내신 것이다.
"삯군은 목자도 아니요 양도 제양이 아니라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을 버리고 달아나나니 이리가 양을 늑탈하고 또 헤치느니라."(요한복음 10장12절). "내가 너희를 대하여 말하고 판단할 것이 많으나 나를 보내신 이가 참되시매 내가 그에게 들은 그것을 세상에게 말하노라."(요한복음 8장 26절)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니라 하시더라."(마태복음 12장 50절)
때문에 참된 벗이란 "아낌없이 주고, 최선을 다해 도와주며, 비밀을 얘기하고 들은 비밀을 남에게 발설하지 않으며, 괴로움을 당했을 때도 버리지 않고 가난하고 천해졌다해도 경멸하지 않는 그런 덕을 갖춘 사람(bossom friend)"을 말한다.
그러므로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인생을 갖는 것이다. 친구는 그사람의 거울이니 참된 친구는 자유롭게 흉금을 털어 놓고 정당하게 충고하고 때 맞추어 돕고 대담하게 모험하고 끈기있게 참고 용감하게 막아주기 때문이다. 진정한 친구는 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좋게 말해준다.
관포지교(管鮑之交 / extremely close friendship)는 '관중(管仲)과 포숙(鮑叔)의 사귐'이라는 뜻으로, '서로 이해하고 믿고 정답게 지내는 깊은 우정'을 나타내는 말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관안열전(管晏列傳)에 의하면, 중국 제(齊, B.C.1046~222) 나라 때 포숙(鮑叔)은 자본을 대고 관중(管仲)은 경영을 담당하여 동업(同業)을 했는데, 돈을 벌면 관중(管仲)이 가져가는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관중(管仲)은 '포숙(鮑叔)이 나보다 못사니까' 하면서 참았다고 전해진다.
"黃金銷鑠素絲變(황금소삭소사변) 一貴一賤交情見(일귀일천교정견) : 황금(黃金)도 때가 되면 녹아 사라지고 흰 비단 실도 오래 되면 검게 된다. 사람도 때로는 부귀(富貴)를 누리고 때로는 빈천(貧賤)한 신분으로 몰락한다. 그 때마다 우정(友情)은 변하기 쉬운데 참다운 우정은 그러한 때에 드러나는 법이다."
"孔子曰(공자왈), 益者三友(익자삼우) 損者三友(손자삼우) 友直(우직) 友諒(우량) 友多聞(우다문) 益矣(익의) 友便辟(우편벽) 友善柔(우선유) 友便佞(우편녕) 損矣(손의) : 공자가 말하기를, 도움이 되는 벗이 셋, 해(害)로운 벗이 셋 있다. 정직(正直)한 벗, 성실(性實)한 벗, 박학(博學)한 벗은 도움이 되며, 便辟(편벽)한 벗, 면유불실(面柔不實)한 벗, 便佞(편녕)한 벗은 해(害)롭다."[논어(論語) 계씨편(季氏篇) 제4장]
여기서 便辟(편벽)한 친구는 '체면만 세우기에 급급하여 표리(表裏)가 일치하지 못하고 부정직한 친구'를 말하며, 善柔(선유)한 친구는 '겉으로는 아첨하고 신의(信義)가 없는 친구'이며, 便佞(편녕)한 친구는 '말만 앞세우는 부실(不實)한 친구'를 말한다.
러일전쟁의 승장(勝將) 노기와 패장(敗將) 스테셀의 友情 : 러일전쟁의 주역은, 해군의 도고 헤이하치로(東郷平八郎,1847~1934)와 육군의 노기 마레스케(乃木希典,1849~1912)다.
노기(乃木)는, 러일전쟁(Russo-Japanese Wars, 露日戰爭 : 1904∼1905년에 만주와 한국의 지배권을 두고 러시아와 일본이 벌인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수로서 세계적 명장이다. 러시아군 총사령관 크로파트킨이 일본군 장수 중에 가장 경외한 것이 바로 노기(乃木)였다.
"어떤 敵이 쳐들어와도 최소 3년은 버틸 수 있다'고 자부하던 러시아의 난공불락 철벽요새를 5개월 만에 함락시킨 것이 노기(乃木)와 그의 부하 장수들이었다. 노기(乃木)의 만주군 제3군이 최후의 봉천전투에서, 병력 규모가 몇 倍나 되는 러시아군을 상대로 막대한 희생을 치르면서도 물러나지 않고 공격을 거듭한 것에 러시아 총사령관은 공포에 휩싸였고 일본군은 승리했다."
당대에 가장 치열했던 전투인 여순공략전이 막을 내린 후, 여순요새 부근에서 양쪽은 회합을 가졌다. 노기(乃木)는 이때 스테셀(여순요새 사령관 육군중장)을 禮를 다하여 극진하게 대우했다. 이에 스테셀은 일본군(日本軍)이 보여준 불굴의 무용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노기(乃木) 또한 러시아군의 강인함을 칭찬했다.
아울러, 스테셀은, 노기(乃木)가 그때 전투에서 두 명의 아들을 잃은 것을 애도했다. 이에, 노기(乃木)는 이렇게 말했다. "그 두 아이가 군인 집안에 태어나, 군인으로서 마땅히 갈 길을 간 것은 기쁜 일입니다. 둘 모두가 국가를 위해 희생한 것이니, 저로서도 만족할 뿐 아니라, 둘 스스로도 만족하며 영면할 것입니다."
당시 회합에서, 노기(乃木)에게 감명받은 스테셀은 백색의 애마(愛馬)를 노기(乃木)에게 선물했다. 러일전쟁이 완전 종료된 이후, 스테셀은 러시아 당국에 의해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여순전투 패배 件으로 사형 판결을 받았다. 여순요새 함락이 러시아에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다.
스테셀의 사형 판결을 알게 된 노기(乃木)는 급히 당시 프랑스 파리에 있던 제3군 참모 스노다(津野田) 소좌에게 각종의 자료를 보내어 스테셀을 변호하도록 의뢰했다. 스노다(津野田)는 즉시 파리, 런던, 베를린 등의 주요 신문사에 투고하여, 스테셀과 러시아군이 여순요새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저항하고 버텼는지 알렸다.
이러한 변호에 힘입어 스테셀은 사면되었고, 출옥하여 모스크바 근교 농촌에서 여생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이내 생활이 궁핍해진 스테셀의 소식을 전해들은 노기(乃木)는,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 상당기간 동안, 적지 않은 생활비를 스테셀에게 보내주었다. 스테셀은 생활비를 보내주는 익명의 송금주가 노기(乃木)인 것을 금방 알았다.
노기(乃木)가 별세 했을 때, '모스크바에 있는 한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상당히 큰 금액의 조위금이 일본에 도착했다. 스테셀이었다. 노기(乃木)의 후의(厚意)에 눈물 흘렸던 스테셀은 만년(晩年)에, '나는 노기(乃木)라는 명장(名將)과 싸워 패한 것이므로 전혀 후회가 없다'는 말을 했다.
"曾子曰(증자왈), 吾日三省吾身(오일삼성오신) 爲人謀而不忠乎(위인모이불출호) 與朋友交而不信乎(여붕우교이불신호) 傳不習乎(전불습호) : 증자가 말하기를, 다른 사람 일을 돌봐주면서 정말로 양심의 가책을 아니 받을만큼 성실하게 보아주었나, 친구와의 교제에 있어서 신의없는 행동을 취한 일은 없었나, 자기자신도 잘 모르는 것을 남에게 가르치지는 않았나."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 제4장 / 증자(曾子, B.C.505~436)는 공자의 제자로 공자보다 46세나 어렸다.]
"心爲君王萬事之本(심위군왕만사지본) 榮華暫時事(영화잠시사) 誰識子陵心(수식자능심) : 마음은 군왕이고 만사의 근본. 인간의 영화는 잠시의 일이니 그 누가 자능(子陵)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으련가" [허혼(許渾) 칠리탄(七里灘) / 오언율시(五言律詩)]
엄자릉(嚴子陵)은 중국 전한(前漢, B.C. 202~ A.D.8) 광무제(光武帝)의 오랜 친구였으나 그 친구가 제위(帝位)에 오르자 자기의 성명을 바꾸고 칠리탄(七里灘)이라는 곳에 은신했다. 자릉(子陵)은 권력과 영화가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를 알았기 때문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