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딜레마(porcupine dilemma)는 일명 '호저(豪猪)의 딜레마(dilemma)'라고도 하는데, 이는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78.2.22 ~ 1860.9.21)의 "호저(豪猪 : 바늘두더지)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몹시 추운 겨울 밤, 깊은 산 속에 사는 한 쌍의 호저(豪猪, 바늘두더지)가 얼어죽은 채 발견됐다. 그들은 매우 거세고 뾰족한 털을 가지고 있어서 몸을 녹이려고 가까이 다가가면 상대의 몸을 서로 찌르게 된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지면 추위를 견뎌낼 수도 없다. 한 쌍의 호저(豪猪)는 서로의 체온을 느끼려고 밀착했다가 털에 찔려 떨어진다. 또 다시 추위 때문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피부를 찌르는 고통 때문에 또 서로 분리된다. 그런데 둘은 서로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해 결국 얼어죽고 말았다."
여기에서 ‘호저(豪猪)의 딜레마(dilemma)' 즉 '고슴도치 딜레마(dilemma)'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본래 딜레마(dilemma)란 그리스어의 di(두번)와 lemma(제안 ·명제)의 합성어로, 진퇴양난(進退兩難), 진퇴유곡 또는 궁지(窮地) 등을 뜻하는 용어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도 '고슴도치 딜레마(dilemma)'와 유사하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는 두 용의자가 각자 범행을 부인하면 증거가 없어 모두 풀려날 수 있는데, 상대방이 죄를 인정하고 자신만 부인하면 혼자 더 강한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 결국 2명 모두 죄를 자백하고 만다는 것이다.
이는 양자가 협조할 수 없는 환경에서 비롯된다. 양자를 같은 곳에서 취조한다면 눈짓 등으로 부인하자는 모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서로 격리돼 있으면 이 같은 협조는 불가능해지고 결국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고슴도치 딜레마(dilemma)'는 인간관계, 특히 가족관계에서도 똑같은 이치가 적용된다. 이는 결속이 중요한 만큼 분리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함의(含意)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24시간을 함께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악마(惡魔)와 깊고 푸른 바다 사이에서"라는 딜레마(dilemma)에서 하루 속히 빠져나와야만 한다.
"악마(惡魔)와 깊고 푸른 바다 사이에서"는 "궁지에 몰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만 둘 다 나쁜 것들이어서 딜레마(dilemma)에 빠진 상황"을 일컫는 숙어(熟語)이다. 우리네 인생은 어디까지는 동행할 수 있겠지만 어느 시점에선 반드시 헤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와 남을 분리하는 신체적인 경계선이 우리 피부이듯 정신적인 경계선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교수를 역임했던 정치사상가 이사야 벌린(Isaiah Berlin, 1909 ~ 1997)은 ‘고슴도치와 여우’라는 책에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여우가 큰 것 한 가지를 알고 있는 고슴도치에 번번이 패한다’고 적고 있다.
여우는 여러 방법으로 고슴도치를 처치하려 하지만 그때마다 고슴도치는 자신의 몸을 움츠리고 가시를 곧추세워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반면, 여우는 고슴도치의 전략에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참고] 트릴레마(trilemma)는 'triple'(삼중)과 'dilemma(딜레마)'의 합성어로, 정부가 추구하려는 3대 정책목표 가운데 두 가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는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는 딜레마(dilemma)를 말한다.
최근 세계경제는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경제 딜레마(dilemma)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무역거래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미국의 관세정책에 속수무책이다. 요동치는 환율에다 기업을 옥죄는 정책까지, 그야말로 트릴레마(trilemma)의 늪에서 헤어나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정부의 정책지원과 기업의 뼈깎는 구조조정 등이 수반되어야 할 혜안이 필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성경은 '사람의 길을 여호와께서 결정하시는데 우리가 어떻게 자기 길을 알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사람의 길은 여호와께서 결정하시는데 우리가 어떻게 자기 길을 알 수 있겠는가?"(잠언 20:24/현대인의 성경)
그러므로 우리는 개인이나 기업이나 정부를 포함하여 매사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과 인식을 통해 냉철한 분석과 판단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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