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할랏(Mahalath Leannoth : 알-마할랏)은 동사 할라(hala)에서 유래하는데, 이 때 할라(hala)는 '병이 들다' 또는 '슬프다'라는 뜻과 '탄원하다' 또는 '간청하다'라는 두 가지 뜻을 갖고 있다. 시편 88편은 '병자의 시'로 마할랏(Mahalath)이라는 용어가 적합하게 쓰여진 것으로 보여진다.
"여호와 내 구원의 하나님이여 내가 주야로 주의 앞에 부르짖었사오니 나의 기도로 주의 앞에 달하게 하시며 주의 귀를 나의 부르짖음에 기울이소서 대저 나의 영혼에 곤란이 가득하며 나의 생명은 음부에 가까왔사오니 나는 무덤에 내려가는 자와 함께 인정되고 힘이 없는 사람과 같으며 사망자 중에 던지운바 되었으며 살륙을 당하여 무덤에 누운 자 같으니이다 주께서 저희를 다시 기억지 아니하시니 저희는 주의 손에서 끊어진 자니이다."(시편 88:1~5)
여기서 구원(救援)은 회개(悔改)와 관련이 있다. 회개(悔改, repentance / conversion)는 '하나님으로부터 이반(離反)한 인간이 자기 실존을 깨닫고 하나님께로 복귀하는 행위'를 나타내는 말로서, 믿음·참회·거듭남 등과 유사한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때에 세례 요한이 이르러 유대 광야에서 전파하여 말하되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 하였으니."(마태복음 3:1~2)
또한 회개를 가리키는 그리스어의 'Metanoeo'는 전치사인 'meta(~ 뒤에)'와 동사인 'noeo(깨닫다 또는 생각하다)'가 합쳐진 합성어로서 '생각한 뒤에 행한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회개'의 개념은 '죄' 관념과 함께 변화되어 왔는데, 구약성서에서는 '길을 바꾸다', '돌아오다'를 뜻하는 즉, 생활방식을 바꾸어 생활 전체에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행위를 뜻하였고, 신약성서에서는 하나님에게 귀의하여 실제 생활의 개선을 뜻하는 그리스어 '에피스트레포'(epistreph)와 내적 방향전환을 나타내는 '메타노에오'(metanoe)를 함께 사용하였다.
따라서 회개란 그 죄에 대해 단순히 슬퍼하는 것도 아니며 우리의 죄를 나열하고 반복하는 기도 행위도 아니다. 진정한 회개는 그 죄를 끊고 돌이키는 것이다. "자기의 죄를 숨기는 자는 형통하지 못하나 죄를 자복하고 버리는 자는 불쌍히 여김을 받으리라."(잠언 28:13)
B.C.728년에 제13대 유다 왕이 되어 31년동안 유다를 치리하면서 "유다 왕 중 여호와를 의지한 가장 모범적인 왕"으로 기록 되고 있는 히스기야((Hezekiah, Ezekias, B.C.728~697)는 왕으로 취임한 초기에 그의 부친 아하스(Ahaz, B.C.761-725) 왕 때에 철저히 훼파되었던 성전과 모든 기구를 새롭게 회복시키도록 했다.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을 동쪽 광장에 모으고 그들에게 이르되 레위 사람들아 내 말을 들으라 이제 너희는 성결하게 하고 또 너희 조상들의 하나님 여호와의 전을 성결하게 하여 그 더러운 것을 성소에서 없애라."(역대하 29:4~5)
이에 제사장들은 히스기야((Hezekiah) 왕의 명령에 따라 하나님 전의 모든 도구들을 정돈하여 성결케 하였다. 특히 히스기야((Hezekiah) 왕은 유다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전을 성결케 하기 이전에 먼저 스스로 성결케 하라고 명하였는데, 이는 하나님께서는 회개하고 돌아오는 자에게 은혜를 베푸시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죄로 말미암아 더러워진 것들을 깨끗이 씻어야 하기 때문이다.
"너희가 내 앞에 보이러 오니 그것을 누가 너희에게 요구하였느뇨 내 마당만 밟을 뿐이니라. "(이사야 1:12)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저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케 하실 것이요."(요한일서 1:9)
이후 그 누구 보다도 강력하게 '회개(悔改)할 것'을 촉구하고 나선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세례 요한(Baptist John)이다. 그는 유대 광야에서 '천국이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라'고 외쳤다. "가면서 전파하여 말하되 천국이 가까이 왔다 하고."(마태복음 10:7)
그런데 그의 이러한 외침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이었다. 하지만 세례요한은 이들을 향해 거침없이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리고는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고 선포하였다.
"요한이 많은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이 세례 베푸는 데로 오는 것을 보고 이르되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를 가르쳐 임박한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 그러므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이 능히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시리라."(마태복음 3:7~9)
바리새인(Pharisees)들은 의식적 정결에 관한 율법을 지키는 데에는 누구 보다 철저했으나 대부분 형식과 외식에 치우쳤으며, 사두개인(saddoukoi)들은 주로 예루살렘의 부유한 귀족, 상인, 제사장 계층인 기득권층에 속한 사람들로, 이들은 구약성경 외에 구원의 필요성을 부인하고 합리주의와 현실주의에 만족해 했으며, 성전 중심의 생활을하며 정치적인면에 많이 치중하는 자들이었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세례 요한의 시대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교회에서 전해지는 메시지는 구원의 문제 보다는 맘몬(Mammon)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 지고 있는 합리주의와 현실주의가 만연한 현실. 교회가 세상 정치의 무대가 되어 협업과 치리가 우선하며 성경 보다는 교회 전통이 앞서는 현실 등.
찰스 피니(Charles G. Finny, 1792-1875)는 그의 저서 ‘구원에 이르는 회개’에서 "진정으로 회개한 자에게는 죄는 혐오스럽고 추악한 것으로 보인다. 죄를 두려워 하거나 벌을 받지 않기 위해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죄를 미워해서 피하게 된다. 참된 회개를 한 사람은 과거에 탐닉했던 세속적 쾌락을 버리는 변화가 나타난다. 누군가를 속이고 부당하게 취한 것이 있다면 돌려주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 일이 있다면 그 행위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죄의 견해에 따라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며 죄를 반복하는 경향이 사라진다. 행동의 변화를 일으킨다. 죄를 고백하고 동시에 범죄한 일에 대한 보상을 한다. 성격과 행동이 영원히 변화된다. 그러나 거짓 회개는 행동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이기심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일시적인 변화로 옛 상태로 되돌아간다. 불법을 완전히 마음에서 몰아내지 못한다. 거짓 회개가 낳는 변화는 마지 못해서 행한 변화이다.
이것은 율법적인 회개이고 두려움으로 인한 회개이다. 거짓된 안전을 기대하며 마음을 완악하게 한다. 이러한 거짓된 회개는 죄에 대한 진정한 거부를 낳지 않아 달궈진 쇠처럼 양심을 무디게 한다. 그러므로 회개란 하나님을 향한 완전한 방향 전환이다. 죄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을 거꾸로 돌려나가는 것이다. 또한 하나님의 법에 순종하며 하나님을 닮기 위해서 죄악의 실타래를 풀어가며 거짓의 옷을 벗고 양심의 옷으로 갈아입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예수님의 선교(宣敎) 내용 대부분은 '회개 할 것'에 대한 호소인 동시에 , '하나님에게로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세례 요한이 이르러 광야에서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전파하니."(마가복음 1장4절)
따라서 '회개'는 외면적인 죄의 시정(是正)이나 자기비판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존재에 이르기 위해 세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비해 바울은 '회개'라는 용어를 그다지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는 회개를 무시 해서 라기보다는 회개를 신앙의 영역에서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앙을 그리스도와의 일치라고 한 데서 알 수 있듯이 회개는 주(主)에로의 복귀이며, 주 안의 안주(安住)임을 주장한 것이다. 회개는 하나님에게 돌아가 자신의 전존재(全存在)를 맡기는 근본적 결단이요 엄숙한 선택행위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전환은 항상 섭리하는 하나님의 은총에 의해 이루어져 하나님의 부름에 대한 응답으로 나타나며, 이 응답으로 비로소 인간은 죄스런 처지와 한계에서 벗어나 구원을 얻고 자유를 누리게 된다. 따라서 회개에는 전적인 믿음이 필요하다. 예수께서는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선 먼저 회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때부터 예수께서 비로소 전파하여 가라사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왔느니라 하시더라."(마태복음 4장 17절)
공자(孔子)는 잘못에 많은 관심을 가졌기에 그의 책인 논어에는 잘못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이미 잘못한 부분에 대해 과거를 나무라기보다는 그 잘못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어떤 잘못을 했을 때는 곧장 바르게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는 것이다.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잘못이다(anyone who commit a wrong will not fix the fault, it is just wrong)."란 뜻이다. [논어 위령공편]
누가 허물이 없겠는가? 우리는 날마다 밤마다 무의식 중에 과실을 범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잘못인 줄 알고도 고치지 아니하고 변명만 하고 덮어둔다면 이것이 정말 허물이 되는 것이다. 때로는 잘못이 오히려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물론 잘못이 생기면 서슴지 않고 즉시 고쳐야 함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공자는 "군자는 과실 없음을 자랑하지 않고, 과실이 있으면 서슴치 않고 고침을 자랑한다"고 했다. 잘못인 줄 알고 금방 고치면 허물은 없어져서 과실 없는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제 버릇 개 못 준다', '배운 도둑질 못 고친다'는 속담처럼 여전히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 때문일까 아니면 '어려서 굽은 나무는 커서도 굽는다'는 속담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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