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관리 공지사항
작성자 손주선 화일  
작성일 2021-01-13 조회 138
[개락화] 언 마음을 녹여 줄 봄은 언제나 오려나 [수필이어라]
2021년 1월 12일(화) 오후부터 함박눈이 내린다. 때문에 퇴근 대란이 예고된 상태다. 기후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오늘 아침 동호대교에서 강남으로 이동하다 보니 한강도 얼어붙었다. 주변에 따스함이 없으니 우리네 마음도 덩달아 얼어붙는 듯 하다. 따스한 봄은 언제나 오려는가?

2014년 4월 3일(목) 아침 벚꽃의 분홍빛 꽃잎이 흩날리더니 가랑비[세우(細雨)]로 이어진다. 올해는 유난히 벚꽃이 일찍 피었다. 때 이른 윤회(輪廻)라 할까. 하지만 때 아닌 한 낮 기온이 초 여름 날씨인 20도를 넘나 들면서 꽃들도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다.

살고 있는 아파트의 예년 순서라면 3월에 개나리, 목련, 4월에 벚꽃, 철죽 순이었는데 3월임에도 5월의 초여름 날씨가 1주일 정도 계속되더니 개나리와 벚꽃이 동시에 만개한 것이다. 그 뿐만 이 아니다.

예년의 경우 진해의 벚꽃 축제 군항제 소식이 들려오면 다음으로 경주의 벚꽃 길이 열리고, 이어서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 길이 장관을 이루는데, 올해는 진해의 벚꽃과 서울 윤중로의 벚꽃이 동시에 만개했다.

꽃들은 시절에 민감하다. 같은 비라도 봄에 내리는 비가 다르고 여름, 가을에 내리는 비가 다르다는 것을 안다. 조선 태조 때 정당문학 등을 역임한 鄭摠(정총, 1358∼1397)은 "봄비(春雨)"라는 시제(詩題)에서 봄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霢霂知時節(맥목지시절) 廉纖逐曉風(염섬축효풍) : 보슬비도 시절(時節)을 아는 듯, 새벽바람에 얹혀 가늘게 불어 오네. / 着柳涳濛綠(착유공몽록) 催花落蕾紅(최화락뢰홍) : 버들가지 희미(稀微)한 풀빛으로 물들고, 꽃 재촉에 꽃봉오리 점점 부풀어 오르네."

그런데 2014년 4월 4일 저녁 9시 뉴스에서 KBS는 강원도에 만개한 벚꽃 위에 때 아닌 폭설로 인해 자아내고 있는 아름다운 설경들을 전했다. 보는 이야 좋겠지만 말이 없는 꽃들은 얼마나 당황하고 있을까?

살고 있는 아파트의 목련도 만개를 뽐내려다 짖궂은 날씨 변덕으로 움칠하고, 되돌려진 차거운 3월 기온은 기세 올려 철죽마져 주눅 들게 만들었다. 예년이면 벚꽃이 질 즈음 철죽이 고개를 내밀어 얼마간 벗이되곤 하였다.

이 때문에 채근담(菜根譚) 전집(前集, 124)에서도 "霽日靑天(제일청천) 條變爲迅雷震電(조변위신뢰진전) 疾風怒雨(질풍노우) 條變爲朗月晴空(조변위랑월청공)."이라 했나보다.

"청천 하늘도 순식간에 천둥 번개로 변할 수 있고, 돌개바람 소낙비도 갑자기 변해서 밝은 창공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이다.

관련하여 중국 당나라(618 - 907) 때 시인 옹도(雍陶)는 남인(南隣)의 화원(花園)을 지나며 읊은 시 "과남린화원(過南隣花園)"에서 "春風堪賞又堪恨(춘풍감상우감한)"이라 했다. '춘풍(春風)은 참으로 즐겁지만 한편으로는 원망(怨望)스럽기도하다'는 뜻인데, 이는 모처럼 아름답게 핀 꽃이 순식간에 저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2014년 4월 3일, 이른 꽃비(분홍빛 벚꽃 잎이 떨어짐)가 한창일 때 미국에 사는 처제가 7년만의 친정 나들이를 위해 한국에 왔다. 당초 일정보다 3주를 앞 당겨 왔다. 둘째 언니가 발목 부상으로 기브스를 했기에 이를 돌보고자 함이다. 2014년 3월 아내는 시장을 가다가 약간 삐끗했는데 오른 발 목 부위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어 기브스를 한 상태였다.

처제가 오니 집안이 모처럼 활기로 넘쳐났다. 그는 열 번에 걸쳐 유방암 수술을 했으면서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이러한 그는 분위기 메이커다. 그가 있는 곳은 언제나 웃음 꽃이 피어난다. 미수(米壽 : 88세)를 넘긴 모친과 일곱 남매 모두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다.

봄 꽃들이 만발하여 주말에는 인근 남산의 꽃구경 계획을 세웠지만 곧 이어 찾아온 봄비(春雨)와 꽃샘추위는 예쁘디 예쁜 봄의 꽃잎들을 모두 떨어뜨려 그 계획은 취소되고 말았다. 우리를 설래게할 정도로 4월을 열었던 벚꽃의 향연은 힘이 없이 떨어지는 떨어지는 꽃잎으로 다시 내년을 기약해야만 했다.

꽃잎이 가볍다보니 제멋대로 날리다가 비바람에 휩쓸려 방향을 선회하여 돌아오기도 한다. 어떤 때는 밑으로 떨어지다가도 다시 위로 날아오른다. 그 모습이 마치 다시 나뭇가지에 올라 앉아 원래대로 피어있는 모습을 연출해 내는 것 같다.

동문선(東文選) 제20권에 실려있는 칠언절구(七言絶句) 중 고려 무신정권[1170~1270] 때 재상을 지낸 김구(金坵, 1211-1278)가 지은 시(詩) '落梨花(낙리화 : 떨어지는 배꽃)'의 소절이 생각난다.

"비무편편거각회(飛舞翩翩去却回) 도취환욕상지개(倒吹還欲上枝開) : 펄펄 날아 춤추며 가다가 다시 돌아오더니, 시드는 것이 아까와 다시 피려 하는구나."

여기서 저자는 '지는 꽃처럼 자신의 청춘도 저물어 가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 하고 있는 듯 하다. 이에 저자는 다시 피려고 하는 꽃잎처럼 자신도 다시 한번 인생의 봄을 누리고 싶은 마음을 가져보려 한다. 하지만 그는 그 마음을 곧 접는다. 계절의 순환이나 인생의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곧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저자의 안타까움을 아는 듯 모르는 듯, 계절의 분위기를 바꾸려는 올해의 벚꽃 몸짓은 그저 좋기만 하다. 거리의 풍경과 사람의 옷차림을 바꾸고 무언가 희망적인 것들이 마음속에 자리하게 한다. 그럼에도 마음과 몸이 스러져 가는 것을 느끼게 됨은 그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바로 곳곳에서 "이반(離叛)되고 분열(分裂)하는 '上火下澤(상화하택)', 기회주의(機會主義)와 협작(挾作), 가진 자들의 더 갖고 싶어하는 불의(不義)의 공생(共生)" 등을 보고 있어야 하는 서글픈 현실 때문은 아닐런지.

이에 4월에 피고 지는 개락화(開落花)들은 "우리네 덧없는 인생의 흐름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부침현상(浮沈現象)을 깨닫게 한다.



제목 작성자 화일 작성일 조회
  [성도의 죽음] 하나님께서 귀중히 보시는 이유 손주선   2021-04-13 4
  [위임] 하늘은 여호와의 하늘이라도 땅은 인생에게 주.. 손주선   2021-04-12 6
  [하나님의 침묵] 그것은 인간들의 입장에서 정해놓은 .. 손주선   2021-04-11 7
  [지혜로운 사람들의 잠언] 하지 말라는 형식의 경고 .. 손주선   2021-04-10 12
  [조심하자] 저주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손주선   2021-04-09 16
  [포도나무] 천국은 마치 품군을 얻어 포도원에 들여 .. 손주선   2021-04-08 21
  [청백리 손숙 이야기] 정직하고 선량한 일을 행한 결.. 손주선   2021-04-07 23
  [리더십] 집단의 목표를 위해 그 구성원들을 이끄는 .. 손주선   2021-04-06 26
  [우리는] 이러한 날이 오지 않기를 기도해야 한다 손주선   2021-04-05 26
  [우리네 인생길] 가고 다시 오지 못하는 바람과 같은 .. 손주선   2021-04-04 30
 [1] [2] [3] [4] [5] [6] [7] [8] [9] [10다음10개>> [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