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구(集句)] 견덕성즉사(見德城卽事) / 임유정(林惟正) [옛 사람의 글귀를 모아서 시를 짓는데 탁월]
庭靜秋雲淡(정정추운담) / 지원(智圓) : 뜨락이 고요한데 가을 구름 해맑고, 城寬夜月澄(성관야월징) / 이동(李洞) : 성(城)이 비었는데, 밤 달이 밝구나.
沙飜痕似浪(사번흔사랑) / 장빈(張蠙) : 모래알 일렁거려 흔적(痕迹)이 물결같고, 山遠燒如燈(산원소여등) / 이사중(李師中) : 산이 머니 타는 횃불 등불처럼 보이네.
酒熟思才子(주숙사재자) / 전기(錢起) : 술 익으니 재자(才子) 생각 간절해 지는데, 詩成寄岳僧(시성기악승) / 지원(智圓) : 시 한수 지어서 산승(山僧)에게 부치네.
天涯故人少(천애고인소) / 두보(杜甫) : 벗도 적은 하늘끝 이 고장에서, 高閣與誰憑(고각여수빙) / 지원(智圓) : 누구와 이 높은 누각(樓閣)에서 함께 기댈꼬.
옛 사람의 글귀를 모아서 새로 시를 만드는 일은 중국 송(宋, 960-1279) 나라의 대문장가 왕안석(王安石, 1021년 12월 18일~1086년 5월 21일)도 시도해 보았으나 감히 해내지 못하던 것을, 임유정(林惟正)은 어떤 사물이라도 보면 곧 시상이 떠올라 그 자리에서 척척 지어내었던 것이다. 또한 글귀를 모을 때 좌우로 깊이 통달하여 짝을 맞추는데 정밀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임유정(林惟正)은 예천읍(醴泉邑) 동본1리(東邑 內川 西里) 출신으로, 본관(本貫)은 예천(醴泉)이다. 조선 제9대 성종(1469-1494) 때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이 옛 시문을 모아 "동문선(同文選)"이란 책을 펴낼 때 임유정(林惟正)의 시(詩)를 많이 실어 오늘까지 전해오고 있다. [출전 : 고려열조등과록(高麗列朝登科錄]
[참고] 개골산(皆骨山) 장연사(長淵寺)에서 집구(集句)로 쓰다 [제개골산장연사집구(題皆骨山長淵寺集句), 임유정(林惟正), 동문선 제13권 칠언율시]
行行尋勝自忘機(행행심승자망기) : 오며 가며 경치(景致) 구경 속(俗)된 마음 사라지네 / 왕관(王觀) 好是登山臨水時(호시등산림수시) : 좋을 때 산(山)에 올라 물가를 맞이하네 / 낙천(樂天)
亂瀑飛泉鳴淅攊(란폭비천명석력) : 폭포(瀑布)는 요란(擾亂)하고 샘은 콸콸 솟는데 / 제기(齊己) 回峯疊嶂鬱參差(회봉첩장울참차) : 봉우리 둘러선 산(山)은 첩첩(疊疊)이 울창(鬱蒼)하네 / 자첨(子瞻)
嵐光黤藹晴猶潤(람광암애청유윤) : 이내는 아물아물 갠 날에도 젖어 있고 / 장얼(張臬) 山色空濛雨亦奇(산색공몽우역기) : 뽀얀 산(山)빛은 비올 때에 더욱 기이(奇異)하네 / 자첨(子瞻)
此景此時誰得意(차경차시수득의) : 이 때 이 경치(景致) 그 누가 흥겨워 하리 / 지각(智覺) 紅蓮社主碧雲師(홍련사주벽운사) : 홍련사(紅蓮社) 주인(主人)인 벽운(碧雲)스님이라네 / 전기(錢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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