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토스(Ethos)는 성격 관습을 뜻하는 그리스 말에서 비롯된 용어로, '신뢰(信賴)'를 뜻한다. 따라서 말하는 사람을 신뢰(信賴)하면 그의 주장도 믿게 된다. 관련하여 신뢰자본(Trust Capital)은 '신뢰(trust)'라는 무형 가치가 곧 자본이 된다는 뜻이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생산설비와 금융자본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자원이 아무리 많아도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 집단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면 기업이 결코 성장할 수 없다.
따라서 경영 투명성이나 투자자 신뢰는 재무제표에 표시되지 않는 추상적인 가치지만 그 값어치는 수백억 달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신뢰를 잃은 기업은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기업가치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내 대표적인 에너지 업체였던 엔론의 기업가치(주식시가 총액)는 2000년 말까지만 해도 625억달러(62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 잘 나가던 성장기업 주식은 2003년 모 두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분식회계를 비롯한 갖은 경영비리로 투자자 신뢰를 송두리째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때 등장한 용어가 엔론염증(Enronitis)이다. 엔론염증(Enronitis)은 미국의 대형 에너지기업인 엔론(Enron)사가 2001년도에 파산되면서 곪은 상태를 뜻하는 끝말(itis)을 붙여 만든 신조어이다.
공자(孔子, B.C.552-479)의 '논어' 안연(顔淵)편에 보면 제자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양식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사력을 잘 갖추고(足兵), 백성으로 하여금 위정자를 믿도록 하는 것(民信之)"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자공이 "만일 부득이해서 셋 중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부터 버려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군사력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자공이 물었다. "만일 부득이해서 남은 둘 중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 공자는 주저 없이 "양식을 버려야 한다"고 답한다. 이는 '백성으로 하여금 위정자를 믿도록 하는 것(民信之)'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나타내는 대목이다. 따라서 향후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지도자들이 자초하고 있는 불신(不信)이다.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면 그것은 이미 나라가 아니다. 공자가 "예로부터 사람은 누구나 다 죽게 돼 있지만(그래서 양식을 먼저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믿음이 없으면 설 수가 없다"고 말한 뜻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믿음이 없다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처럼 신뢰는 국가와 사회의 기본이다. 대 기업 경영자들은 국가 지도자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신뢰는 한꺼번에 생길 수 없다.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해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것이다. 이런 노력은 기업 스스로 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은 냉철한 계산과 합리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기업가 정신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와 같이 강력한 정부가 기업을 어떤 방향으로 유도하지 않는다. 그만큼 경제가 성숙한 것이다.
미국의 스탠퍼드대학교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1952년 10월 27일~) 교수는 그의 저서 '트러스트'(Trust)에서 "선진국과 후진국 차이는 바로 신뢰의 차이"라고 단언하면서 "신뢰 기반이 없는 나라는 사회적 비용이 급격하게 커져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고] 2017년 2월 19일(주일) 오후 5시 10분부터 6시까지 50분간 방영된 KBS1의 '동물의 왕국"에서는 한 코끼리(elephant) 가족의 여정이 다뤄졌다. 일반적으로 코끼리(elephant)는 성숙한 암컷이 이끌며 가족단위가 다른 가족단위와 결합하여 30∼40마리의 집단을 이루며 60~70년을 살아간다.
그날 방영된 코끼리(elephant) 가족의 여정에서는 막 태어난 어린 코끼리부터 성숙한 코끼리까지 20여마리로 구성된 코끼리 가족은 아프리카 사바나(savanna : 나무가 없는 평야)에 건기(乾期, dry season : 일반계절풍 기후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서 강우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기간)가 닥치자 리더격인 암컷의 인솔하에 수십km가 떨어진 목초지를 찾아 이동하는 그야말로 처절한 삶이 그려졌다.
사바나 초원의 식물들은 엄청난 수의 동물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풀을 먹은 초식 동물이 육식 동물의 먹이가 되고, 이들의 똥은 흙에 영양을 주어 다시 풀을 잘 자라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바나 생태계의 기초가 되는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건기에는 사바나의 동물들도 풀과 물을 찾아 무리를 이루어 이동한다. 때문에 그 코끼리 가족도 이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 때 풀을 먹으면서 다니고 낮에는 나무 그늘에서 쉬며 하루 400㎏이 넘는 많은 양을 먹어야 하지만 건기 때 물과 풀을 찾아 거친 사막을 지날 때에는 마실 물과 먹을 풀이 없어 참아야 했고 그들을 노리고 있는 사자들의 습격도 막아내야 했다.
특히 성숙한 코끼리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어린 코끼리들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대형을 구축하여 굶주린 사자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리더인 암컷은 더위에 지친 가족들을 위해 습지 있는 곳을 찾아내어 그들을 쉴 수 있도록 인도했다. 경험 많은 코끼리는 시각과 청각은 약하지만 후각은 뛰어나다.
그러나 물이 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악어떼와 사자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강을 건널 때에는 일렬종대로 헤엄을 쳐 악어떼를 피하게 하고 사자들이 공격할 때에는 어린 코끼리들을 제외한 모든 코끼리들이 방어막을 구축하고 어린 코끼리들이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대응해 나갔다. 이는 성숙한 코끼리의 달리는 속도가 시속 약 50㎞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 1미터 앞을 볼 수 없어 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 모래사막을 지날 때에는 리더의 지시에 따라 코끼리들의 행진 간격을 좁혀 일렬종대로 그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리더는 목소리나 땅을 구르는 소리 등을 통하여 의사소통을 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는 죽음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코끼리 가족 대부분은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물이 풍부하고 뜯을 풀이 많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은 우기였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려 파란 싹을 틔우고 있었다. 물과 햇빛만 있다면 어떤 환경에서도 자랄 수 있는 풀은, 사바나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이러한 곳으로 인도된 그 코끼리 가족들의 풍요로움에는 리더인 암컷의 역할이 매우 컸다. 만약 암컷 리더가 그 가족들을 잘못 인도했더라면 20여마리의 코끼리 가족은 모두 죽음을 맞이 했을 것이다. 이는 그들의 여정에서 다른 코끼리 그룹이 사자들의 공격을 받아 모두 죽음을 맞이한 사실을 확인되었다.
이처럼 동물들의 리더는 인간들처럼 어떤 목적(目的)을 위해 남을 교묘(巧妙)히 속이거나 계략을 꾸미는 권모술수(權謀術數)가 없다. 단지 종족보존과 집단의 안전을 위해 상황(狀況)에 따라 능수능란(能手能爛)하게 대처(對處)하는 수완(手腕)만 있을 뿐이다. 때문에 그 구성원들은 리더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그 신뢰는 최선의 방어 무기가 되어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