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韓非子, B.C.280∼233)는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B.C.402-221) 말기 사상가 한비(韓非)와 그 문류(門流)의 저서. 한자(韓子)라고 불렸으나, 송(宋, 960-1279)나라 이후 당(唐, 618 - 907)나라 한유(韓愈, 768~824)의 한자와 혼동을 막기 위해 변경되었다.
제자백가(諸子百家) 중 법의 지상(至上)을 강조한 법가사상(法家思想)의 대표적 고전으로, 한비가 죽은 뒤 전한(前漢, B.C.206 ~ A.D.8)시대에 지금의 형태로 정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비자(韓非子)의 법가사상 중심에는 법치(法治), 술치(術治), 세치(勢治)라는 세 가지 개념이 있다. 여기서 법치(法治)는 법률규정(法律規定)에 입각한 통치행위로, 국가 내 군주를 제외한 모든 인간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기준을 말한다.
이를 통해 국가의 공익(公益)에 부합하지 않는 관리나 귀족의 사익(私益)을 최대한 억제하고자 했다. 또한 사회 변화 변동과 그에 따른 새로운 제도와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법의 변동성(變動性)을 중시했다.
당시 가부장적 국가관(家父長的 國家觀) 또는 봉건주의적 국가관(封建主義的 國家觀)이 무너지고 진보적 국가관(進步的 國家觀) 또는 중앙집권적 국가관(中央集權的 國家觀)이 필요한 시점에서 한비자는 시대적 요구를 법에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시대가 바뀌면 법 역시 바꿔야 하다며 만약 시대에 맞는 신법(新法)과 과거의 구법(舊法)이 충돌할 때는 당연히 신법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술치(術治)는 통치방법(統治方法)과 수단(手段)에 의한 통치행위로, 군주가 행하는 신하를 부리는 방법인데 그 안에는 긍정적인 정치 기술과 함께 부정적인 권모술수(權謀術數)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신하를 ‘기회만 얻으면 군주를 죽일 수 있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때문에 군주는 신하를 쓸 때 철저하게 시험하고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하도록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은 드러내되 술(術)은 가슴 속에 감추는 것이 좋다고 했다. 법으로는 백성을, 술(術)로는 신하를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비자는 군주의 자리와 권력을 세치(勢治)라고 표현하며 법치(法治)과 술치(術治)을 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근본이 되는 전제조건이라고 했다. 권력(權力)은 언제나 지위와 함께 가는 데 아무리 못난 사람이라도 높은 자리에 있으면 현명한 사람을 부릴 수 있고 그 원인은 바로 권력(權力)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세 가지를 현실에 적용하는 방법이 바로 신상필벌(信賞必罰)이라고 했다.
한비자(韓非子)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한 순자(荀子, B.C.298~238)의 제자로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순자(荀子)가 인간의 이(利)를 좋아하는 악(惡)한 본성을 예(禮)를 통해 선(善)하게 바꿔야 한다는 '화성기위'(化性起僞)인 반면 한비자(韓非子)는 인간의 악(惡)한 본성은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단지 법(法)으로써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비자(韓非子)는 인간관계를 세 가지로 분류했는데 군신(君臣)관계, 부부(夫婦)관계, 부자(父子)관계가 그것이다. 먼저 군신관계를 한비자는 유가(儒家)에서 주장하듯 임금과 신하가 충(忠)과 인(仁)으로 맺어진 것이 아니라, 임금은 작록(爵祿)을 가지고 신하와 흥정하고 신하는 자신의 능력으로 임금과 거래를 하는 관계로 파악한 것이다.
따라서 한비자(韓非子)는 신하란 조건만 갖춰지면 언제든 임금을 시해(弑害)할 수 있다고 보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울 것을 말하고 있다.
또한 한비자(韓非子)는 부부관계도 이해타산(利害打算)적인 관점에서 봤는데 부인의 미색(美色)과 남편이 호색(好色)이 맞을 때는 부부관계가 좋게 이루어지지만 나이가 들어 부인의 미색이 쇠퇴하고 남편의 호색이 줄어들지 않으면 부인은 자신이 버려질까봐 남편이 빨리 죽길 바라고 자신의 아들이 후사를 잇지 못할까 걱정한다고 했다.
이러한 이해타산적 관계는 피를 나눈 부모 자식 간에도 적용된다고 봤는데 아들은 낳으면 기뻐하고 딸을 낳으면 죽이는 것은 부모 자신이 나이 들었을 때를 생각한 장기적 이익 때문이고, 자식이 어려서 부모의 양육이 소홀하면 커서 부모를 원망하고 그 자식이 커서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부모가 꾸짖는데 이는 자신이 받을 것만 생각하고 줄 것은 생각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참고] 노마지지(老馬之智)는 '늙은 말의 지혜'란 뜻으로,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저마다 장기나 장점을 지니고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춘추시대(春秋時代, Chūnqiū Shídài : B.C.771-403) 오패(五覇)의 한 사람이었던 중국의 제(齊, B.C.1046~222)나라 환공(桓公, B.C.685∼643) 때의 일이다. [중국의 춘추시대 제후 간 회맹(會盟)의 맹주를 춘추오패(春秋五覇)라 하는데, 제(齊) 환공, 진(晉) 문공, 초(楚) 장왕, 오(吳) 합려, 월(越) 구천 등이 그들이다.]
어느 해 봄, 환공(桓公)은 명재상 관중(管仲, ?∼B.C.645)과 대부 습붕(鈒朋)을 데리고 고죽국[孤竹國, 하북성(河北省) 내]을 정벌하러 나섰다. 그런데 전쟁이 의외로 길어지는 바람에 그 해 겨울에야 끝이 났다. 그래서 혹한 속에 지름길을 찾아 귀국하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전군(全軍)이 진퇴 양난(進退兩難)에 빠져 떨고 있을 때 관중(管仲)이 말했다.
"이런 때 '늙은 말의 지혜[老馬之智]'가 필요하다." 즉시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놓았다. 그리고 전군이 그 뒤를 따라 행군한 지 얼마 안 되어 큰길이 나타났다.
한번은 산길을 행군하다가 식수가 떨어져 전군이 갈증에 시달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습붕이 말했다. "개미란 원래 여름엔 산 북쪽에 집을 짓지만 겨울엔 산 남쪽 양지 바른 곳에 집을 짓고 산다. 흙이 한 치[一寸]쯤 쌓인 개미집이 있으면 그 땅 속 일곱 자쯤 되는 곳에 물이 있는 법이다." 군사들이 산을 뒤져 개미집을 찾은 다음 그곳을 파 내려가자 과연 샘물이 솟아났다.
한비자는 이를 빗대어 그의 저서 "한비자(韓非子)"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관중의 총명과 습붕의 지혜로도 모르는 것은 늙은 말과 개미를 스승으로 삼아 배웠다. 그러나 그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이 어리석음에도 성현의 지혜를 스승으로 삼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잘못된 일이 아닌가." [한비자(韓非子) 설림편(說林篇)]
[참고] 중국 CCTV가 2009년 12월부터 51부작으로 방영한 역사 대하 드라마 '대진제국(大秦帝国之裂变)'은 망국의 위기에 처한 중국 서부의 약소 제후국이었던 진국(秦國)의 제25대 군주(B.C.361 ~ 338) 진 효공(秦 孝公, B.C.381 ~ 338) 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B.C.402-221) 때 중국 서부는 전국 칠웅(戰國七雄) 시대로 진입하는 정치적 격변의 장이었다. 전국 칠웅(戰國七雄)은 강자로 부상되고 있었던 7개 나라[진(秦), 조(趙), 위(魏), 한(韓), 제(齊), 연(燕), 초(楚) 등]를 말한다.
당시 진국(秦國)은 동부의 조(趙), 위(魏), 한(韓), 제(齊), 연(燕), 초(楚) 등 6개 강대 제후국의 끊임없는 압박과 침략에 시달린 끝에 망국의 위기에 처한다. 이 때 진국(秦國)의 군주 진효공은 잇단 침략에 따른 굴욕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부의 인재를 불러들여 나라의 발전을 꾀한다.
그중 뛰어난 전략가이자 정치가인 상앙(商鞅)을 임용하여 변법(變法)을 실천하고 분봉제(分封制)와 세습제(世襲制)를 철폐했으며, 군공(軍功)에 따라 작위(爵位)를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농경과 방직을 권하는 등의 정책을 실시했다. 상앙은 위(韋)나라의 귀족 출신으로 위앙(韋鞅)이라고 불렸다.
젊은 시절에는 위(魏)의 재상 공손좌(公孫痤) 문하에서 식객 노릇을 하면서 중서자(中庶子)로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후에 상앙(商鞅)은 진 효공(秦 孝公)을 도와 법가사상(法家思想)의 변법(變法)을 통해 진나라의 통치개념을 실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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